사람의 손을 똑같이 닮아야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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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손을 똑같이 닮아야만 할까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의 새로운 로봇 손 영상을 공개했을 때, 기술진과 매니아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화려한 드릴 조작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손가락이 '네 개'라는 점이었죠.

테슬라의 옵티머스를 비롯해 수많은 중국계 로봇 기업들이 사람과 똑같은 다섯 손가락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과감하게 새끼손가락을 떼어냈습니다. 공중제비를 돌며 역동적인 동작을 자랑하던 아틀라스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새끼손가락 하나를 줄이면 생기는 변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선택에는 철저한 실용주의가 깔려 있습니다. 공구를 잡고 세밀한 작업을 할 때 새끼손가락이 기여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계산이죠.

손가락 하나를 추가하려면 단순히 껍데기만 늘어나는 게 아닙니다. 그 안에 들어갈 구동 모터와 촉각 센서, 복잡한 배선과 이를 제어할 로직까지 주렁주렁 따라붙게 되죠. 구조가 복잡해지면 무게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특성상 고장 날 확률도 비례해서 커집니다.

새로운 아틀라스의 손은 13개의 자유도(Degree of Freedom)를 갖춰 기존 7자유도보다 훨씬 정밀하게 공구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관절 내부에 모터를 직접 넣는 방식을 써서 외부 충격에도 강하게 만들었죠. 사람의 손을 똑같이 복제하는 대신, 실제 작업 현장에서 파손 없이 오래 작동할 수 있는 '연장'으로서의 손을 만든 셈입니다.

연구실을 나와 공장으로 들어가는 휴머노이드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쟁 축은 이제 '얼마나 잘 걷고 달리느냐'에서 '현장에서 무슨 일을 안정적으로 해내느냐'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습니다.

자동차 생산 라인을 보면 이미 무수한 산업용 로봇 팔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동차 제조사들이 휴머노이드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이 쓰던 작업대, 공구, 부품 공급 라인을 굳이 돈 들여 바꾸지 않고, 로봇을 사람 자리에 그대로 투입하기 위해서죠. 그렇기 때문에 사람 대신 공구를 쥐고 부품을 집어 올릴 '손'의 내구성과 정밀도가 상업화의 성패를 가르게 됩니다.

대주주인 현대차그룹의 행보를 보면 이 전략이 더 선명해집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에 연간 3만 대 규모의 로봇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2030년에는 자동차 조립 공정에 아틀라스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습니다. 매일 똑같은 작업을 수만 번 반복해야 하는 자동차 공장에서는 멋진 외형보다 고장이 적고 정비하기 쉬운 단순한 구조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Editor's Note

100여 년 전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자동차는 말을 흉내 내어 다리를 달지 않았습니다. 이동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맞춰 바퀴와 엔진을 택했고, 결국 말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이동 수단이 되었죠.

로봇의 손 역시 비슷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사람을 완벽히 닮은 다섯 손가락을 고집하며 다양한 동작을 다재다능하게 처리하려는 테슬라의 접근법도 있고, 현장에서 필요한 기능만 남겨 구조를 단순화하고 양산성을 극대화하려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접근법도 있습니다.

2027년에서 2028년 사이 실제 공장에 투입된 휴머노이드들이 데이터를 쌓기 시작하면 승패의 윤곽이 드러날 것입니다. 최후에 살아남는 것은 가장 사람을 닮은 로봇이 아니라, 현장에서 군소리 없이 가장 안정적으로 사람의 일을 대신해 주는 로봇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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