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가 선택한 멀티에너지와 원가 절감, 그리고 한국 시장의 미래
전통의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이 급격한 전동화 파도 속에서 각자의 돌파구를 찾아 헤매는 요즘입니다. 이번 파리 모터쇼 현장에서 만난 푸조 브랜드의 수장, 알랭 파베이(Alain Favey) CEO와의 인터뷰는 푸조가 앞으로 어떤 생존 방식을 택했는지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완벽한 순수 전기차 전환만을 강제하기보다 현실적인 타협안과 기술 혁신을 동시에 쥐겠다는 전략입니다.

고객의 선택권을 지키는 멀티에너지 전략
최근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와 맞물려 많은 제조사들이 전략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푸조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알랭 파베이 CEO는 고객이 원하는 동력 방식을 직접 고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내년에 선보일 차세대 푸조 208은 고효율 배터리 전기차로 출시되지만, 기존의 하이브리드 버전 역시 단종하지 않고 함께 병행 판매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심지어 2030년 이후가 되더라도 하이브리드 수요가 있다면 계속 공급하겠다는 유연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전동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것은 결국 '선택권의 보장'이라는 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셈입니다.

생산 비용 20%를 낮추는 혁신, STLA One 플랫폼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내년에 도입될 'STLA One' 플랫폼입니다. 유럽 브랜드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밀어닥치는 중국산 전기차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이유 중 하나는 높은 생산 원가 때문입니다.
푸조가 준비한 STLA One 플랫폼은 전기차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기존 플랫폼 대비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을 무려 20%나 낮춰줍니다. 비용 절감은 곧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며, 주행거리까지 함께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푸조의 향후 소형 및 콤팩트 세그먼트 경쟁력에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푸조의 시선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푸조가 거두고 있는 성적이 눈에 띄게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알랭 파베이 CEO는 오히려 이 지점을 역으로 해석했습니다. 현재의 성과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과 여백이 엄청나게 크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스텔란티스 그룹 차원의 아태지역(APAC) 조직과 손잡고 한국 시장에 맞는 정교한 맞춤형 전략을 가다듬고 있는 만큼, 향후 신형 모델들이 투입되었을 때 어떤 반등을 만들어낼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Editor's Note
유럽 제조사들이 중국의 거센 공세와 급격한 전동화 압박 사이에서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동안, 푸조는 비교적 현실적이고 실속 있는 해답을 찾아나가는 모습입니다. 무리하게 내연기관을 단종하는 대신 멀티에너지 전략으로 리스크를 분산하고, 신형 플랫폼을 통해 20%의 원가 절감이라는 실리적 성과를 도출하려는 시도는 매우 고무적입니다.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생산 비용 절감과 소비자 선택권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는 푸조의 태도가, 정체기에 빠진 유럽 전통 브랜드들에게 하나의 모범 답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시장을 향한 본사의 지속적인 관심과 전략 재정비가 실제 판매량 반등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