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막았더니 하이브리드가 밀려왔다" EU 관세 허점 찌른 중국 PHEV 점유율 4배 폭증
작년 말,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순수 전기차(BEV)에 최대 45.3%에 달하는 이른바 '상계관세 폭탄'을 확정 지었을 때만 해도 시장에서는 드디어 유럽이 중국의 전기차 공습을 성공적으로 방어해 내는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관세 장벽이 발효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지금, 유럽 자동차 시장은 EU의 당초 계산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요동치고 있습니다. 서방 완성차 브랜드들의 때아닌 '유럽 유턴(리쇼어링)'과 중국계 완성차 기업들의 '변칙 우회 전술'이 맞물린 변화를 짚어봅니다.

서방 제조사들의 발 빠른 이탈, "중국산 딱지 떼라"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유럽과 미국의 전통 완성차 제조사들이었습니다. 그동안 값싼 인건비와 부품 공급망을 노려 테슬라, BMW, 볼보 등은 중국 공장에서 차를 만들어 유럽으로 역수입해 쏠쏠한 재미를 봐왔죠.
하지만 관세 폭탄이 현실화되자 이 계산이 완전히 꼬여버렸습니다. 가격 경쟁력이 수직 하락할 위기에 처하자 이들은 서둘러 중국 생산 비중을 낮추고 유럽 현지 공장 가동률을 올리는 '리쇼어링'에 돌입했습니다.
- 서구 브랜드의 유럽 내 중국산 전기차 판매 비중: 2024년 38% ➡️ 올 1분기 23% (15%p 급감)
- 테슬라 상하이 생산분 유럽 수입 비중: 전년 동기 대비 23%에서 19%로 축소
- 독일 내 전기차 생산량: 내수 둔화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15% 증가 (122만 대)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메이드 인 차이나' 전기차의 비중을 극적으로 덜어내고 있는 서방 진영의 눈물겨운 탈중국 움직임이 수치로 입증된 셈입니다.

틈새 파고든 중국, "전기차 막히면 PHEV로"
그렇다면 공격 대상이었던 중국 토종 브랜드들은 조용히 무릎을 꿇었을까요? 오히려 허술한 규제의 구멍을 귀신같이 찾아내 우회로를 뚫었습니다.
EU의 상계관세는 오직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에만 적용됩니다. 가솔린 엔진과 배터리가 결합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나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은 추가 관세 없이 기존의 기본 수입 관세 10%만 내면 됩니다.
특히 국가 보조금 추징으로 최고 수준의 보조 관세율을 두들겨 맞아 BEV 수출길이 막힌 상하이자동차(SAIC)의 'MG' 브랜드는 주력 수출 차종을 하이브리드와 가솔린으로 교체했습니다. 싼값에 성능 좋은 하이브리드를 쏟아내기 시작하자, 유럽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2024년 단 3%에서 최근 13%로 4배 이상 폭증했습니다. 얼마 전 독일에서는 BYD의 PHEV 모델이 수입차 월간 판매 1위를 기록하는 이변이 일어나기도 했죠. 국내에도 BYD의 PHEV 모델 판매가 시작되었습니다. 전기차를 막으니 하이브리드라는 더 거센 해일이 밀려온 격입니다.

Editor's Note
현재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EU의 관세정책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유럽 자동차 산업의 뒤통수를 치고 있는 형국입니다.
애초에 관세 장벽의 목적은 유럽 내 자체 배터리·전기차 공급망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규제보다 빠르게 진화합니다. 서방 브랜드들이 관세를 피해 유럽으로 생산 기지를 복귀(리쇼어링)시킨 것은 표면적으로는 공장 일자리를 지키는 성과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생산 단가 상승으로 인한 차량 가격 인상과 마진 감소라는 또 다른 숙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진짜 심각한 모순은 중국 토종 기업들의 대응 체력에 있습니다. 고율 관세에도 불구하고 내수 과잉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마진을 깎아가며 BEV 수출을 강행하는 BYD의 뚝심, PHEV로 품목을 전환해 유럽 시장 지배력을 넓히는 MG의 유연함은 유럽 제조사들에게 공포 그 자체입니다.

여기에 쐐기를 박듯, 중국 기업들은 관세를 영구적으로 무력화하기 위해 헝가리, 터키, 폴란드 등 유럽 대륙 내에만 무려 10개가 넘는 완성차 및 배터리 공장 설립을 일사천리로 진행 중입니다. 관세 장벽 뒤에 숨어 시간을 벌려 했던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이제 안방 안마당까지 직접 걸어 들어와 로컬 생산 시설을 짓는 중국 기업들과 진검승부를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우회로를 찾아내는 중국의 속도와 질긴 생명력을 보면서, 세금을 높여 자유무역을 막는 구시대적 방식의 규제는 기술과 자본의 거대한 흐름을 통제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감합니다. 유럽이 쳐놓은 관세 장벽 안에서, 진짜 생존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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