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만 일제, 속은 화웨이·중국산 섀시… 일본 전기차의 씁쓸한 현실

Share
껍데기만 일제, 속은 화웨이·중국산 섀시… 일본 전기차의 씁쓸한 현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오랜 기간 정밀한 기계 공학의 강자로 군림해 왔던 일본 완성차 업계의 위기설이 우려를 넘어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한 내용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혼다와 토요타 등 일본을 대표하는 제조사들이 생존을 위해 차량의 핵심 뼈대와 기술을 중국에 의존하는 형태로 전략을 급선회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 세계 시장을 호령하다 중국 기업들에게 주도권을 완전히 내어준 일본 가전 산업의 잔혹사가 자동차 시장에서 그대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날 선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핵심 뼈대인 '섀시'와 '소프트웨어'까지 중국산으로 대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혼다의 결단입니다. 혼다는 최근 전기차의 주행 성능과 가격을 결정 짓는 가장 근본적인 구조물인 '섀시(차대)'를 중국 현지 업체가 개발한 제품으로 도입하기로 공식화했습니다. 중국 시장 내 혼다의 판매량이 불과 2년 만에 반토막이 나면서 자체 플랫폼 고집을 버리고 가성비가 극대화된 중국산 부품과 공급망 생태계를 도입하게 된 셈입니다.

토요타 'bZ7'
GAC 'A800'

이러한 ‘중국 기술 종속’은 토요타 역시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토요타가 중국 시장에 내놓은 전기차 'bZ7'은 중국 광저우자동차(GAC)의 'A800' 모델과 전·후륜 축간거리를 비롯한 주요 규격이 밀리미터(mm) 단위까지 완벽히 일치합니다. 여기에 화웨이의 첨단 주행 소프트웨어와 인포테인먼트가 뼈대를 이룹니다. 엠블럼만 토요타일 뿐, 차의 본질적인 내용물은 중국 전기차와 다름없는 현실입니다. 닛산과 마쓰다 또한 중국 합작 법인의 플랫폼으로 구워낸 차를 해외로 역수출하는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2배 빠른 개발 속도와 공급망,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의 점유율

일본 업체들이 자존심을 굽히고 중국의 손을 잡은 이유는, 속도와 가격 싸움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중국 제조사들은 자동차를 조립 기계가 아닌 하나의 '스마트 디바이스'로 바라봅니다. AI와 로봇을 전면에 배치한 무인 '다크 팩토리'를 가동하고, 엔지니어들이 24시간 3교대로 몰아치는 개발 프로세스를 정착시켜 일본 제조사보다 2배나 빠른 신차 개발 사이클을 완성했습니다. 여기에 배터리와 희토류 같은 핵심 원자재 공급망까지 수직 계열화해 가격을 극적으로 낮췄죠.

그 결과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요동치고 있습니다. 중국 브랜드의 글로벌 점유율이 25%까지 폭발적으로 치솟는 동안, 일본 브랜드는 26%로 내려앉으며 양국 간의 격차는 사실상 사정권 안으로 좁혀졌습니다.

📝 Editor's Note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 자동차 업계 간부들은 "중국 자동차가 우리를 따라잡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호언장담하곤 했습니다. 기계식 부품의 정밀한 마감과 유기적인 세팅 노하우는 단기간에 복제할 수 없다는 논리였죠. 그러나 자동차의 중심축이 엔진에서 배터리와 소프트웨어(SDV)로 이동하면서 그 장벽은 허망하게 무너졌습니다.

현재 일본 자동차 업계의 포지션은 과거 '가전의 왕'으로 불리던 일본 TV 브랜드들이 소니, 파나소닉의 로고만 남긴 채 내부 제조 라인과 디스플레이 공급망을 중국 BOE나 TCL 등에 의존하게 되었던 몰락의 흐름과 소름 돋을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토요타가 2027년부터 상하이에 독자 자회사를 설립해 렉서스 EV를 생산하며 현지 공정을 배우겠다고 나선 시점은, 일본 자동차 산업이 '쫓기는 자'에서 '쫓는 자'로 전락했음을 시인한 장면이기도 합니다. 일본 전체 산업 종사자의 10%를 책임지는 자동차 산업의 균열이 과연 일본 경제 체질을 어디까지 위협하게 될지,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기의 변곡점을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일본자동차 #중국전기차 #혼다 #토요타 #bZ7 #글로벌오토뉴스 #가전데자뷔

Read more

폭스바겐의 경고, 자동차 시장에 어떤 바람이 불까요?

폭스바겐의 경고, 자동차 시장에 어떤 바람이 불까요?

유럽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폭스바겐의 올리버 블루메 CEO가 최근 임직원들에게 중대한 메모를 전달했습니다. 앞으로 수년 동안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어려움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내용이었죠. 일시적인 경기 흐름을 타는 수준이 아니라, 산업의 판도 자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오는 구조적인 위기임을 명확히 한 셈입니다. 비용 절감과 인원 감축,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 폭스바겐은 지금

By 원선웅
애스턴 마틴의 고성능 아이콘 'S', 세 가지 얼굴로 찾아오다

애스턴 마틴의 고성능 아이콘 'S', 세 가지 얼굴로 찾아오다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 마틴이 고성능 라인업을 상징하는 'S' 배지 모델 3종을 국내 시장에 동시 공개했습니다. 그랜드 투어러의 정수를 보여주는 DB12 S, 정통 스포츠카 밴티지 S, 고성능 SUV 시장을 겨냥한 DBX S가 그 주인공인데요. 세 모델은 차급과 성격은 각기 다르지만, S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완벽한 주행 역동성을 지향하고

By 원선웅
페라리 최초의 순수 전기차, '루체'가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페라리 최초의 순수 전기차, '루체'가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내연기관의 강렬한 사운드로 대표되던 페라리가 전동화 시대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서울 강남구 페라리 청담 전시장에서 브랜드 첫 순수 전기 스포츠카인 '페라리 루체(Ferrari Luce)'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것인데요. 기술 중립성 원칙을 바탕으로 개발된 루체는 엔진을 전기모터로 바꾸는 차원을 모색하며 전동화 기술을 통해 페라리의 영토를 한 단계 넓혔다는

By 원선웅
부분변경이라 부르고 세대교체라 읽는다, 벤츠 더 뉴 S 580 시승기

부분변경이라 부르고 세대교체라 읽는다, 벤츠 더 뉴 S 580 시승기

강원도 영월의 고즈넉한 한옥 공간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상징과도 같은 플래그십 세단, '더 뉴 S-클래스'를 만나보고 왔습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페이스리프트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무려 2,700여 개의 컴포넌트를 새로 다듬은 풀체인지급 변신을 거쳤어요. 때마침 라이벌인 BMW 7시리즈도 부분변경을 거치며 두 라이벌 세단의 타이틀 매치가 다시 성사되었죠. 별빛을

By 원선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