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엔 벽 허물까… 중국 BYD의 일본 경차 '성역' 도전기

Share
200만 엔 벽 허물까… 중국 BYD의 일본 경차 '성역' 도전기

일본 도로를 달리다 보면 고유의 아기자기한 규격을 지닌 '경차'들을 정말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 영역은 외산 브랜드가 감히 넘보기 힘든 그들만의 단단한 성역과도 같았는데요.

중국 전동화 모빌리티의 대표 주자인 BYD가 이 성역에 정면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해외 브랜드로서는 최초로 일본 전용 경차 규격에 맞춰 처음부터 새로 개발한 경형 EV '라코(Racco)'를 선보인 것이죠.

일본인의 취향을 철저히 분석한 디자인과 구성

라코의 디자인과 패키징을 살펴보면 BYD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한눈에 느껴집니다. 일본 현지에서 가장 잘 팔리는 박스형 해치백 형태에 승하차가 편한 슬라이딩 도어를 적용했거든요. 현지 매체나 관람객들 사이에서도 "일본 차에 대한 해상도가 높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입니다.

하지만 제품력 이상으로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단연 '가격'입니다. 현재 일본 시장은 닛산 사쿠라 같은 현지 경형 EV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보조금 체계에서 BYD가 다소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현지 브랜드들이 최대 58만 엔의 국고 보조금을 받는 반면, 네트워크 확충 단계인 BYD는 15만 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결국 보조금 열세를 딛고 실구매가를 200만 엔 이하로 맞출 수 있느냐가 흥행의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야나세와의 협력, 그리고 글로벌 브랜딩의 셈법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는 판매 유통망입니다. 일본 내 프리미엄 수입차 유통의 대명사라 불리는 '야나세(Yanase)'가 BYD의 공식 딜러로 참여했거든요. 딜러망과 A/S 인프라에 민감한 일본 소비자들에게 야나세의 가세는 정서적 거부감을 줄여주는 훌륭한 브릿지 역할을 해줄 것 같습니다.

BYD 입장에서 라코의 판매량이 글로벌 전체 수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시장과 경차 체급에서 성공적인 궤도에 오른다면, 그 자체로 글로벌 브랜드 신뢰도를 엄청나게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겠죠.

Editor's Note

닛산과 혼다가 수천 개 규모의 전용 서비스 네트워크를 무기로 단단한 진지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산 EV에 대한 보수적인 현지 시선을 라코가 과연 넘어설 수 있을까요?

가성비와 유통망을 무기로 내세운 수입 전동화 브랜드가 오랜 세월 견고하게 유지되어 온 일본의 독자적인 경차 생태계를 어떻게 흔들어 놓을지, 앞으로의 시장 반응을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Read more

렉서스가 세단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 8세대 신형 ES 시승기

렉서스가 세단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 8세대 신형 ES 시승기

SUV가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은 요즘이지만, 세단이 주는 독보적인 승차감과 정숙성은 여전히 자동차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죠. 렉서스를 대표하는 간판 세단 ES가 8세대 풀모델체인지를 거쳐 국내 시장에 상륙했습니다. 대형 플래그십에 육박하는 차체와 압도적인 존재감 8세대 신형 ES는 개선된 GA-K 플랫폼을 기반으로 차체 크기를 대폭 키웠습니다. 전장은 상급 플래그십 세단인 LS에

By 원선웅
규제라는 방패와 현지화라는 창, 유럽 자동차 무대의 새로운 국면

규제라는 방패와 현지화라는 창, 유럽 자동차 무대의 새로운 국면

2026 파리모터쇼 현장은 확실히 2년 전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모터쇼 전시장 곳곳을 채운 중국 브랜드들의 부스와, 개막 직전 발표된 EU와 중국의 하이브리드차 수입 상한제 합의 소식까지 어우러져 긴장감이 감돌았죠. 연간 35만 대라는 수입 제한 조치가 과연 유럽 시장의 흐름을 뒤바꿔 놓을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실적으로 확인

By 원선웅
르노의 한국 전략, 전기차보다 먼저 바뀌어야 할 것들

르노의 한국 전략, 전기차보다 먼저 바뀌어야 할 것들

르노가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2027년 하이브리드 신모델을 투입하고 2028년에는 국내 생산 순수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부산공장을 글로벌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죠. 파리모터쇼에서 만난 르노의 글로벌 영업·기술·디자인 책임자 세 명의 발언을 종합하면, 르노가 준비하는 변화는 신차 몇 대를 추가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습니다. 생산기지의 역할과

By 원선웅
푸조가 선택한 멀티에너지와 원가 절감, 그리고 한국 시장의 미래

푸조가 선택한 멀티에너지와 원가 절감, 그리고 한국 시장의 미래

전통의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이 급격한 전동화 파도 속에서 각자의 돌파구를 찾아 헤매는 요즘입니다. 이번 파리 모터쇼 현장에서 만난 푸조 브랜드의 수장, 알랭 파베이(Alain Favey) CEO와의 인터뷰는 푸조가 앞으로 어떤 생존 방식을 택했는지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완벽한 순수 전기차 전환만을 강제하기보다 현실적인 타협안과 기술 혁신을 동시에 쥐겠다는 전략입니다. 고객의 선택권을 지키는

By 원선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