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하나서 맞춤 생산… 로보틱스로 무장한 기아 화성 EVO Plant

Share
공장 하나서 맞춤 생산… 로보틱스로 무장한 기아 화성 EVO Plant

기아가 그려내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 생산 현장

자동차 제조에서 '맞춤형'이라는 단어는 오랫동안 소량 생산이나 높은 비용을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기아가 오토랜드 화성에서 개최한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 현장을 살펴보면, 이러한 정설이 깨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기아는 PBV 전용 생산 거점인 '화성 EVO Plant'를 통해 대량 생산의 효율성과 맞춤형 제작의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첨단 생산기술을 선보였습니다.

로보틱스와 데이터가 만든 다차종 유연 생산 시스템

화성 EVO Plant는 세분화된 고객의 목적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4-벅 순차 조립 공법'과 로보틱스 기술입니다.

차체 골격을 4단계로 나누어 세분화 조립하면서 다양한 제원과 사양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죠. 여기에 비전 카메라가 위치를 직접 측정해 정밀 조립하는 비전 기반 자율 보정 기술과, ±0.2mm 정밀도로 단차를 점검하는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 시스템이 가동됩니다.

향후 대형 전동화 PBV인 PV7과 PV9 생산을 담당할 West Plant에는 높이가 높은 차체에 대응하기 위해 루프 안테나 및 쿼터 글라스 자동 장착 로봇, AMR(자율 부품 이송 로봇)이 대거 배치될 예정입니다.

컨버전 생태계를 확장하는 '도너모델'과 외부 협력 체계

기아 PBV 전략의 또 다른 축은 바로 컨버전(개조) 시스템입니다. 완성차를 만든 뒤 다시 뜯어내서 개조하는 불필요한 공정을 줄이기 위해, 기본차 개발 단계부터 컨버전을 고려하는 전용 개발 프로세스를 세웠습니다.

특히 외부 특장사가 손쉽게 작업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시트나 플로어 매트를 제외하고, 제어 및 전력 공급 장치(PIM)를 기본 탑재한 '도너모델'을 공급하는 점이 눈에 띕니다. 온라인 'PBV 컨버전 포털'을 통해 3D CAD 데이터와 매뉴얼을 공개하고 1:1 테크니컬 핫라인을 운영하며 외부 특장 업체들과의 동반 성장 생태계를 다져가고 있습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3만 9천 대 이상 판매된 PV5의 성과에 이어, 독일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에서 베일을 벗을 대형 PBV 'PV7'에 대한 기대감도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Editor's Note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시장의 승패는 단순히 좋은 전기차 플랫폼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소상공인, 물류 기업, 휠체어 리프트가 필요한 복지 차량 등 저마다 다른 요구를 얼마나 신속하고 고품질로 구현해 주느냐가 핵심이죠.

기아의 전략은 완성차 제조사가 모든 개조 모델을 독식하는 대신, 유연한 스마트 팩토리(EVO Plant)를 중심에 두고 외부 특장 생태계를 적극 활용하는 이원화 구조입니다. 제조 플랫폼 공급자(Provider)로서의 역할을 명확히 하면서도 3D 데이터 공개와 도너모델 공급으로 특장사의 개발 장벽을 크게 낮춰준 셈입니다.

유럽 LCV 시장에서 후발주자임에도 PV5가 글로벌 화물·상용 시장에서 쾌조의 출발을 보이고 PV7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는 이유 역시 이러한 체계적인 생산·컨버전 지원 체계에 있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생태계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기아의 PBV 실험은 미래 상용 모빌리티 시장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Read more

렉서스가 세단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 8세대 신형 ES 시승기

렉서스가 세단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 8세대 신형 ES 시승기

SUV가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은 요즘이지만, 세단이 주는 독보적인 승차감과 정숙성은 여전히 자동차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죠. 렉서스를 대표하는 간판 세단 ES가 8세대 풀모델체인지를 거쳐 국내 시장에 상륙했습니다. 대형 플래그십에 육박하는 차체와 압도적인 존재감 8세대 신형 ES는 개선된 GA-K 플랫폼을 기반으로 차체 크기를 대폭 키웠습니다. 전장은 상급 플래그십 세단인 LS에

By 원선웅
규제라는 방패와 현지화라는 창, 유럽 자동차 무대의 새로운 국면

규제라는 방패와 현지화라는 창, 유럽 자동차 무대의 새로운 국면

2026 파리모터쇼 현장은 확실히 2년 전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모터쇼 전시장 곳곳을 채운 중국 브랜드들의 부스와, 개막 직전 발표된 EU와 중국의 하이브리드차 수입 상한제 합의 소식까지 어우러져 긴장감이 감돌았죠. 연간 35만 대라는 수입 제한 조치가 과연 유럽 시장의 흐름을 뒤바꿔 놓을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실적으로 확인

By 원선웅
르노의 한국 전략, 전기차보다 먼저 바뀌어야 할 것들

르노의 한국 전략, 전기차보다 먼저 바뀌어야 할 것들

르노가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2027년 하이브리드 신모델을 투입하고 2028년에는 국내 생산 순수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부산공장을 글로벌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죠. 파리모터쇼에서 만난 르노의 글로벌 영업·기술·디자인 책임자 세 명의 발언을 종합하면, 르노가 준비하는 변화는 신차 몇 대를 추가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습니다. 생산기지의 역할과

By 원선웅
푸조가 선택한 멀티에너지와 원가 절감, 그리고 한국 시장의 미래

푸조가 선택한 멀티에너지와 원가 절감, 그리고 한국 시장의 미래

전통의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이 급격한 전동화 파도 속에서 각자의 돌파구를 찾아 헤매는 요즘입니다. 이번 파리 모터쇼 현장에서 만난 푸조 브랜드의 수장, 알랭 파베이(Alain Favey) CEO와의 인터뷰는 푸조가 앞으로 어떤 생존 방식을 택했는지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완벽한 순수 전기차 전환만을 강제하기보다 현실적인 타협안과 기술 혁신을 동시에 쥐겠다는 전략입니다. 고객의 선택권을 지키는

By 원선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