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유리 없앤 파격" 2027년형 폴스타 4 쿠페 시승기, 200만 원 내리고 주행 매력은 더 진해졌다
자동차 디자이너들의 초기 스케치를 보면 정말 감탄이 나옵니다. 낮고 넓은 비례, 거대한 휠, 날렵한 창문까지. 하지만 막상 대량 생산되어 나오는 양산차를 보면 실망할 때가 많죠. 보행자 안전 기준을 맞추고 공간을 확보하다 보면 범퍼는 두꺼워지고 창문은 벙벙해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이 간극을 고집스럽게 좁혀낸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폴스타인데요. 이번에 며칠 동안 경험해 본 2027년형 폴스타 4 쿠페 듀얼모터는 그 고집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차였습니다.
이름에서 'SUV'를 과감히 떼어낸 이유
이번 2027년형 모델부터 가장 먼저 바뀐 건 이름이에요. 기존에는 '폴스타 4 SUV 쿠페'라는 다소 긴 이름을 가졌는데, 이제는 간결하게 '폴스타 4 쿠페'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사실 실물을 처음 마주했을 때 지상고도 낮고 매끄러운 세단에 가까운 실루엣이라 SUV라는 단어가 못내 어색했거든요.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주지 않고 이 차가 가진 역동적인 쿠페 스타일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선택으로 느껴져서 반가웠습니다. 트림도 리어 모터, 듀얼 모터, 퍼포먼스로 명확하게 정리되었는데, 제가 탄 듀얼 모터는 라인업의 딱 좋은 중심점이었습니다.
뒷유리가 없는 차, 며칠 타보니 어땠냐고요?
폴스타 4를 이야기할 때 뒷유리가 없다는 사실을 빼놓을 수는 없겠죠. 처음엔 "이게 말이 되나?" 싶지만, 뒷좌석에 앉아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뒷유리가 있어야 할 자리까지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가 머리 위로 길게 뻗어 있어서 개방감이 엄청나거든요. 게다가 2열 헤드룸도 넉넉하게 확보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시승을 시작하고 한 시간 정도는 적응하느라 조금 애를 먹었습니다. 거울 대신 카메라 화면이 나오는 룸미러 디스플레이 때문인데요. 운전하면서 먼 도로를 보다가 갑자기 눈앞 몇십 센티미터짜리 화면에 초점을 맞추려니 두 눈에 힘이 들어가고 흐름이 툭 끊기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몇 시간 적응을 하고 눈과 손이 익숙해지고 나니 장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룸미러가 담아내는 후방 화각이 일반 거울보다 훨씬 넓어서 사각지대가 크게 줄어듭니다. 이번 연식 변경 모델은 글래스 루프 안쪽에 블랙 엠블럼까지 새겨 넣어서 디테일 마감의 완성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더군요.
겉모습은 쿨하게, 속은 더 탄탄하게
실내에 들어서면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들의 미니멀리즘과는 또 다른 결의 절제미가 반겨줍니다. 무작정 버튼을 지운 게 아니라, 빈자리를 촉감이 좋은 차콜 마이크로테크 소재와 정교한 마감으로 채워 넣었어요. 다만, 에어컨 조작이나 자주 쓰는 기능까지 디스플레이 안으로 숨겨둔 점은 여전히 운전 중 조작할 때 시선이 뺏겨 아쉬움이 남습니다. 기능보다는 미학적인 아름다움을 우선시한 차라는 게 여기서 드러나죠.
대신 주행 성능의 변화는 대단히 직관적이고 만족스럽습니다. 이번 2027년형은 섀시 뼈대에 공을 많이 들였대요. 고용량 패시브 댐퍼와 새 스프링, 안티롤 바를 기본으로 깔았습니다.
이전 모델에서 간혹 느껴지던 붕 뜨거나 출렁이던 느낌이 2027년형 모델에서는 싹 사라졌습니다.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차체가 툭 치고 나서 잔진동을 부드럽고 단단하게 꽉 붙잡아 내립니다. 스티어링 휠 무게감을 가장 무겁게 세팅하고 코너를 돌 때, 손끝으로 전해지는 정밀한 피드백은 운전하는 재미를 배가시켜 줍니다.
최대 544마력을 내는 듀얼 모터답게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몸이 시트에 파묻히는 강력한 힘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거칠게 튀어나가지 않고 묵직하고 침착하게 힘을 쓰는 타입이라 고급스러운 크루징이 가능합니다. 풍절음과 바닥 소음도 잘 차단돼서 고속에서도 아주 고요하더군요.
Editor's Note
폴스타 4 쿠페는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아주 영리하고도 독특한 포지션을 잡았습니다. 가격을 보면 듀얼 모터 기준으로 기존보다 200만 원 내린 6,990만 원에 책정됐는데, 파일럿 팩이 기본 포함된 걸 감안하면 억대 수입 프리미엄 전기차들과 비교해도 옵션이나 성능 면에서 훌륭한 가성비를 갖추게 된 셈입니다. 지난해와 올해 초 국내 고급 전기차 판매 1위를 지킨 비결이 여기 있겠죠.
재미있는 점은 주주들의 성향이나 브랜드의 행보입니다. 폴스타는 본래 볼보의 고성능 디비전에서 출발해 전동화 시대의 독창적인 디자인 하우스로 완전히 자리 잡았습니다. 효율성이라는 핑계로 모두가 밋밋한 조약돌 모양의 전기차를 만들 때, 폴스타는 "뒷유리를 없애서라도 디자이너의 스케치를 도로 위에 구현하겠다"는 낭만을 관철했습니다.
그리고 2027년형에 이르러서는 그 예쁜 디자인에 걸맞은 탄탄한 하체 섀시 튜닝이라는 내실까지 채워 넣었죠.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차가 아니라, 달리기 실력과 브랜드의 일관된 톤앤매너가 완벽하게 맞물리기 시작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타인의 시선보다 나만의 확고한 미감과 주행 취향의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전자에게, 이 차는 아주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 같습니다.
글, 사진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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