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의 첫 전기 SUV, 차명은 '토르칼'
벤틀리가 드디어 브랜드의 첫 순수 전기차이자 네 번째 독립 라인업의 이름을 공개했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바로 ‘토르칼(Torcal)’. 컨티넨탈 GT와 플라잉스퍼, 그리고 SUV 시장의 판도를 바꿨던 벤테이가에 이어 벤틀리 가문에 합류하는 새로운 형제죠. 과연 벤틀리는 전동화라는 거대한 전환점에서 왜 이 이름을 선택했을까요? 차분하게 내용을 짚어보겠습니다.

스페인의 거대한 자연을 품은 이름
벤틀리를 조금 아시는 오너분들이라면 눈치채셨을 겁니다. 벤틀리는 최근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세계적인 자연 경관이나 랜드마크에서 이름을 따오는 현대적 명명 방식을 쓰고 있죠. 벤테이가나 바칼라, 바투르가 그랬던 것처럼요.

이번에 확정된 토르칼 역시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 있는 전설적인 석회암 지대, ‘엘 토르칼 데 안테케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네요. 수백만 년 동안 바람과 시간이 빚어낸 거대한 암석 미로의 독보적인 아름다움, 그리고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그 자연의 생명력을 첫 전기차에 투영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가속력과 '토크'의 힌트
재미있는 점은 이 이름이 아름다운 자연 경관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토르칼이라는 단어는 '비틀다'라는 뜻의 라틴어 'torquere'에서 시작되었는데, 우리가 자동차 성능을 말할 때 매일 쓰는 단어인 '토크(torque)'와 같은 어원을 공유합니다.
전기차의 핵심 특성은 바로 밟는 순간 쏟아지는 최대 토크. 벤틀리가 지난 107년 동안 내연기관을 통해 보여줬던 '힘들이지 않는 여유로운 가속력'을, 이제는 강력한 전기 모터의 토크를 통해 완벽하게 계승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히네요.

낮고 탄탄한 비율, 전기차 강점 살린 실내
토르칼은 전장 약 5m 크기로 설계되어 벤테이가보다 다소 작은 차체를 갖췄습니다. 외관은 수직으로 떨어진 전면부와 낮게 깔린 SUV 실루엣을 통해 왜소해 보이지 않는 탄탄한 비율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실내는 엔진과 변속기가 사라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이점을 활용해 벤테이가보다 더 넓은 레그룸과 적재 공간을 확보한 점이 특징입니다.
공식적인 출력과 충전 속도는 베일에 싸여 있으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00마일(약 483km)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역사상 가장 섬세하게 조율될 벤틀리
최근 새로 합류한 프랑크-슈테펜 발리저 회장 겸 CEO도 이 차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보입니다. 벤틀리 고유의 안락함과 영국의 장인정신, 그리고 전기차 시대에도 포기할 수 없는 영혼을 울리는 사운드까지 담아내겠다고 선언했거든요. 브랜드 역사상 가장 섬세하게 조율된 모델이 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정식 글로벌 공개일은 오는 9월 23일로 잡혔는데, 그전까지 베일에 싸인 스펙들이 하나씩 드러날 것 같습니다.
📝 Editor's Note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12기통, 8기통 엔진이 주던 감성을 배터리와 모터가 대신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죠.
벤틀리의 행보가 흥미로운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배터리 용량이나 주행거리를 먼저 앞세우기보다, 자신들이 100년 넘게 지켜온 가속력의 여유를 '토크'라는 단어로 연결 지으며 브랜드의 정통성을 먼저 환기시켰습니다. 전기차로 바뀌어도 '벤틀리는 여전히 벤틀리'라는 점을 이름 하나로 표현하고 있는 셈이죠. 소리 없이 강할 벤틀리의 첫 도심형 전기 SUV가 럭셔리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을지, 9월의 공개가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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