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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의 한국 전략, 전기차보다 먼저 바뀌어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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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 2026-10-14T04:06:57.000Z
- Updated: 2026-10-14T04:06:57.000Z
- Author: 원선웅
- Tags: 인사이트

르노가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2027년 하이브리드 신모델을 투입하고 2028년에는 국내 생산 순수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부산공장을 글로벌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죠.

파리모터쇼에서 만난 르노의 글로벌 영업·기술·디자인 책임자 세 명의 발언을 종합하면, 르노가 준비하는 변화는 신차 몇 대를 추가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습니다. 생산기지의 역할과 기술 개발 방식, 중국 업체에 대응하는 전략까지 함께 바꾸려는 움직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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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세갈 르노 브랜드 글로벌 영업·운영 수석부사장

### 한국은 판매 시장이면서 개발 거점입니다

르노코리아의 사업에서 부산공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합니다. 국내 판매를 담당하는 생산기지이면서, 글로벌 시장에 중대형 차량을 공급할 수 있는 개발·생산 거점이기 때문입니다.

이반 세갈 르노 브랜드 글로벌 영업·운영 수석부사장은 부산공장의 C·D 세그먼트 경쟁력을 강조했습니다. 상희정 르노코리아 부사장은 D·E 세그먼트 차량의 품질과 생산 역량을 언급했습니다. 한국 엔지니어링 조직이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를 개발하며 확보한 경험을 글로벌 사업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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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스타 4의 미국 수출 계획에 차질이 생긴 상황에서 르노가 별도의 수출 기회를 찾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콜롬비아를 비롯한 남미 시장과 유럽 시장 진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만 수출 확대는 생산 능력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제품, 무역 환경, 가격과 물류 조건, 판매 네트워크가 함께 뒷받침돼야 합니다. 부산공장의 미래를 판단하려면 수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과 실제 생산 물량이 확보되는 상황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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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브뤼네 르노그룹 CTO

### 2028년 전기차, 가격이 가장 중요한 이유

르노는 2027년 하이브리드 신모델에 이어 2028년 한국에서 순수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구체적인 차종과 제원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필립 브뤼네 르노그룹 CTO는 가격 경쟁력을 우선순위로 꼽았습니다.

여기서 가격 경쟁력은 저렴한 부품을 사용해 차량 가격을 낮추겠다는 의미와는 다릅니다. 최신 기술을 적용하면서도 더 많은 고객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를 확보하겠다는 접근입니다.

한국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과 충전 환경, 배터리 성능, 브랜드 신뢰도, 중고차 가치 등 여러 요소가 구매 결정에 영향을 줍니다. 전기차의 성능이 우수하더라도 가격이 소비자의 기대를 벗어나면 판매 확대에 한계가 생깁니다.

르노가 한국 생산 전기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도 여기에 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가격을 확보하려면 배터리와 전기 구동계의 비용을 관리하는 동시에 상품성과 소프트웨어 경험을 유지해야 합니다. 개발 단계부터 원가와 고객 경험을 함께 설계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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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함께 가져가는 이유

르노는 전기차에 집중하면서 하이브리드도 유지하는 두 축 전략을 추진합니다. 브뤼네 CTO는 현재 직렬·병렬 혼합형 하이브리드가 연료 효율 측면에서 적합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접근은 한국 시장의 특성과도 연결됩니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모든 소비자가 같은 시점에 순수 전기차를 선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충전 여건이나 장거리 운행, 구매 가격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파워트레인 선택에 영향을 줍니다.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인 EREV에 대해서도 르노는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기본 방향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순수 전기차를 개발하는 것이지만, 주행거리에 대한 우려가 큰 고객층에는 EREV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기술을 동시에 도입하는 일이 아닙니다. 시장별 수요를 살피고 각 파워트레인의 비용과 효율, 상품성을 비교해 적합한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르노가 한국에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함께 운영하려는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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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차의 경쟁력은 개발 속도에서 나온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력은 가격에만 있지 않습니다. 신차 개발 기간을 줄이고 소프트웨어와 전동화 기술을 빠르게 제품에 반영하는 능력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세갈 부사장은 르노가 중국의 개발 방식을 배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럽에서 약 4년이 걸리던 신차 개발을 중국 업체들이 약 2년 만에 수행하는 점에 주목했고, 르노는 중국 개발 조직과 협력해 트윙고 개발 기간을 2년에 가까운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이 방식을 다른 차종에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개발 기간 단축은 신차 출시 시점을 앞당기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시장 변화에 더 빠르게 대응하고,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관리하며, 경쟁사의 신기술에 대응할 시간을 확보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다만 개발 기간이 짧다고 해서 모든 면에서 우수한 제품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품질과 안전성, 내구성, 고객 불만 대응 체계가 함께 유지돼야 합니다. 르노가 중국 업체로부터 배울 부분은 개발 속도와 의사결정 방식이며, 이를 기존의 품질 관리 체계와 어떻게 결합하느냐가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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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와의 협력, 기술 주도권은 별개의 문제

르노는 중국 지리자동차와 협력하면서도 기술 선택의 자율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브라질에서는 지리와 협력해 현지 생산 기반과 플랫폼을 활용하고, 개발 비용을 줄이는 방식을 추진했습니다.

한국에서도 협력 관계를 활용할 수 있지만 모든 기술을 지리에서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브뤼네 CTO는 차종과 시장에 따라 지리의 기술이나 르노 자체 기술 가운데 적합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운전자 보조 기술인 시티 NOA를 자체 개발해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이런 접근을 보여줍니다. 외부 기술을 활용해 개발 효율을 높이면서도 차별화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자체 역량을 유지하려는 것입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협력은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다만 핵심 기술의 이해와 통제 능력까지 외부에 의존하면 장기적으로 제품 전략을 주도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협력 범위를 넓히는 것만큼 어떤 기술을 직접 확보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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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DV와 AI, 기능보다 사용 경험이 중요하다

르노는 전기차와 함께 지능형 자동차 기술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AI를 인포테인먼트와 콕핏에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전자 보조 시스템에도 활용할 계획입니다.

브뤼네 CTO는 한국에서 출시할 2028년 전기차에 L2++ 수준의 운전자 보조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고속도로와 도심에서 주행을 지원하는 기술을 차종별로 도입하겠다는 구상입니다.

L4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서는 중국 위라이드와 선행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상용화 시점은 규제 환경에 따라 결정할 계획입니다. 기술 개발과 실제 서비스 도입을 구분하고 있는 셈입니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경쟁에서는 기능의 개수보다 사용자가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새로운 기능을 빠르게 추가하더라도 운전자가 이해하기 어렵거나 조작 과정이 복잡하다면 상품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한국 개발 조직이 커넥티드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을 빠르게 도입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브뤼네 CTO의 평가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르노코리아가 기존 차량 개발 역량에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더한다면 글로벌 개발 조직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도 넓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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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의 디자인은 복고에서 새로운 비례로 이동한다

알렉상드르 말발 르노 브랜드 디자인 부문 부사장은 르노의 디자인 전략을 세 가지 범주로 설명했습니다. 르노 4와 르노 5처럼 과거의 아이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식, 클리오와 캡처처럼 세대를 거치며 발전하는 모델, 라팔처럼 새로운 비례와 미학을 추구하는 모델입니다.

르노 4와 르노 5의 성공은 브랜드 헤리티지가 여전히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다만 과거의 디자인을 반복하는 방식만으로는 장기적인 차별성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말발 부사장은 새로운 세대를 위한 디자인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과 인도, 남미, 유럽 등 여러 시장을 고려해 새로운 디자인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가 강조한 또 다른 개념은 ‘샤이테크’입니다. 기술을 눈에 띄게 드러내기보다 실내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여 사용자의 편의와 안락함을 높이는 접근입니다. 뒷좌석의 편안함과 실내 공간 활용성도 르노의 중요한 디자인 기준입니다.

한국 소비자는 뒷좌석 공간과 편의 기능, 디지털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입니다. 르노코리아가 현지 고객의 요구를 제품에 반영하면서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 방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차별화 여지도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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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Note

르노의 한국 전략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2028년 전기차 출시 자체보다 그 차를 어떤 체계로 개발하고 생산할 것인지에 있습니다.

부산공장은 한국 내수 시장에 대응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공급할 차량을 개발하는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병행하는 제품 전략, 중국 업체의 개발 방식을 받아들이는 조직 변화, AI와 운전자 보조 기술을 결합하는 방향이 더해집니다.

그러나 계획과 성과 사이에는 간격이 있습니다. 유럽과 남미 수출은 구체적인 차종과 물량, 가격 경쟁력, 현지 판매망이 확보돼야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집니다. 2028년 전기차 역시 출시 시점만큼 가격과 주행거리, 충전 성능, 소프트웨어 완성도가 중요합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 생산기지의 역할은 점차 달라지고 있습니다. 생산 비용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글로벌 거점의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개발 속도와 품질, 소프트웨어 역량, 현지 시장에 맞는 상품 기획 능력을 함께 갖춰야 합니다.

르노코리아가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를 통해 확보한 개발 경험을 차세대 전기차와 글로벌 수출로 연결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7년 하이브리드 신모델과 2028년 전기차는 그 전략의 실효성을 확인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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